최근 한국 게임업계가 ‘도박판’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BM)을 도입한 게임들이 많아지면서, 사행성을 극대화한 게임 디자인이 문제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행성 요소만을 앞세워 돈을 벌어들이는 진짜 문제는 불법도박이다. 특히 일반 게임사들이 지난해 역성장을 겪은 것과 달리, 이들 불법 도박 사이트는 매년 급성장하며 거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상상 초월하는 불법 도박 시장 규모
불법 온라인 도박의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불법 온라인 도박의 매출은 약 102조 7천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2016년 약 71조 원에서 45%가량 급증한 수치다. 참고로 같은 해 국내 온·오프라인 게임산업의 전체 매출이 22조 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 도박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제재 없는 불법 사이트… 이용자 피해도 급증
일반 게임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사행성 요소를 규제받는다.
또한, 피해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이나 소비자 보호 기관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들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들 사이트는 운영하다가 이용자가 수익을 올리면 출금을 해주지 않고 잠적하는 경우가 흔하며, 피해자들은 불법 사이트를 이용했다는 사실 때문에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금전적 손실을 떠안게 된다.
손쉬운 접근성… 구글에서 검색만 해도 불법 사이트가 쏟아져
불법 도박사이트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손쉬운 접근성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나 다음에서는 규제당국의 관리가 강하게 이루어지지만, 구글에서는 ‘온라인 바카라’ 같은 검색어만 입력해도 수많은 불법 도박 사이트가 쉽게 노출된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합법과는 전혀 거리가 멀지만, 사용자는 간단히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러한 사이트들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와 협력해 광고를 확산시키고 있다.
웹툰이나 영화, 드라마를 불법으로 제공하는 사이트에 도박 광고 배너를 띄워 더 많은 사람을 유인하는 방식이다. 누누티비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대부분의 배너 광고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홍보하고 있다.
청소년도 빠져드는 불법 도박, 심각한 사회적 문제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근이 쉽다 보니, 청소년들도 도박에 빠져들고 있다. 친구의 소개로 온라인 도박을 단순한 ‘게임’으로 여기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 게임, 홀짝 게임 같은 단순한 도박에 청소년들이 쉽게 노출되며,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고등학생이 불법도박에 빠져 사채까지 끌어쓰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가 있었고,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금은방을 털려던 청소년들이 체포된 사건도 발생했다.
대응은 더디고, 차단 시스템은 미흡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온라인 불법도박에 대한 범정부 대응팀을 꾸려 청소년 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불법 도박 사이트의 접속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절차는 여전히 미흡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매주 두 차례씩 불법 사이트를 심의하고 차단하지만,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인해 모든 사이트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소셜카지노 합법화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소셜카지노를 합법화해 불법 도박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소셜카지노는 실제 현금이 아닌 가상 화폐를 사용하는 게임으로, 이를 합법화하면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고, 탈루되던 세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소셜카지노가 불법 도박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소셜카지노가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불법 온라인 도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강원랜드 같은 합법 도박장이 있음에도 불법 도박장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불법 도박의 심각성, 해결책은?
불법 온라인 토토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접근성을 제한하고,
빠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해결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보호와 이용자 피해 방지를 위한 보다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